한편 4호: 동물
🔖 동물원에서의 죽음
철학자 클로에 타일러는 <동물의 죽음에 대한 존중>에서 “우리가 죽은 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살아 있는 것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비인간동물의 죽음에 애도하지 못하게 하는 체제에서 비인간동물의 삶은 삶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사람의 사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 살아 있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동물의 죽음이 사람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면 살아 있을 때에 온전한 복지가 주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래서 죽은 동물에게도 존엄성을 부여하는 일은 살아 있는 동물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준다. 그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따라 살아 있는 것들의 삶의 질은 바뀔 것이다.
🔖 플라스틱 바다라는 자연
결과적으로 인간뿐 아니라 다른 동물, 식물, 미생물과 지구의 온갖 사물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플라스틱 지구 속을 헤엄쳐야 한다. 기술이나 관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낙관도, 자연의 종말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혐오와 두려움도 헤엄치기에 별로 유용하지는 않아 보인다. 이제 플라스틱세계 속에서, 헤러웨이가 말했던 것처럼 문제와 함께 머무를 때가 와 버렸다. “문제와 함께 머무른다는 것은 미래라고 불리는 시간과의 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사실, 문제와 함께 머무는 것은 진실로 현재에 존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끔찍하거나 지상낙원이었던 과거와 종말론적이거나 구제받는 미래 사이를 회전하며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장소와 시간, 물질과 의미의 무수하고도 끝나지 않는 배열 속에 뒤엉킨 도덕적인 생물체로서 말이다.”